[보도] 2022.03.30 Economy Chosun, 부르는 게 값? 지식재산 가치평가, 왜 하는 걸까, 박성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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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짜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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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6&t_num=13612494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에서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소개했다. 그해 6월부터 판매된 아이폰은 2021년까지 누적 판매 20억 대를 돌파했고, 누적 매출을 환산하면 1700조원을 넘어섰다. 잡스는 “창의성이란, 단지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이라 했다. 아이폰도 따지고 보면 휴대전화, 아이팟, 개인 휴대 통신 단말기(PDA) 등 기존 기기들의 결합에 불과하다. 결국 아이폰의 창의성은 여러 기기를 결합한다는 아이디어 외에 각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적용된 특허,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브랜드 등에 기반을 둔 상표, 저작권 등으로 구현된 것이다. 아이폰 창의성의 가치는 결국 이들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의 가치다. 

IP의 가치는 ‘가치평가(valuation)’라는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IP 업계에서 가치평가는 흔히 ‘기술가치평가’를 지칭한다. 기술가치평가는 대부분 특허로 보호되는 기술의 가치평가다. 가치평가가 주로 기술개발과 특허등록 후, 기술금융(담보대출, 투자 유치), 기술거래(매매, 라이선싱), 손해배상액 산정(침해소송, 채무불이행소송), 현물 출자, 세무, 청산(파산, 구조조정), 특례 상장, 인수합병, 직무발명 보상, 전략 수립 등 상황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기술가치평가와 혼동되는 개념 중에 ‘기술력평가’가 있다. 기술력평가는 사업 주체가 보유한 핵심 기술의 사업화 관점에서 그 기술 개발, 혁신, 사업화 역량을 평가해 등급과 점수로 표시하는 것이다. 흔히 기술신용평가기관(TCB·Technology Credit Bureau)이라 불리는 기관들이 대출, 투자, 특례상장, 기술보증, 입찰, 자사 진단 등 다양한 용도로 기술력평가를 시행한다. 기술력평가와 기술가치평가를 묶어서 ‘기술평가’라 부르기도 한다. 

가치평가는 IP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다. 저작권과 상표 등 다른 유형의 IP도 가치평가를 통해 IP 금융에 활용된다. 2016년 세상을 떠난 가수 데이비드 보위는 1997년 투자은행가인 데이비드 풀먼의 도움을 받아 그의 앨범 25장, 총 287곡의 로열티 수익을 기반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 이를 영국 금융회사 프루덴셜이 5500만달러(약 678억원)에 전량을 인수했는데, 증권은 액면가 1000달러(약 123만원), 이자율 7.9%, 만기 10년으로 발행됐다. 이러한 저작권 기반 금융 상품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치평가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기술가치평가’의 예를 들면, 전통적인 평가 방법으로 비용(원가)접근법, 시장접근법, 수익접근법이 활용되어 왔다. 비용접근법은 다른 가치평가 방법을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 그 기술이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경우, 대체 기술이 다수여서 시장에서 그리 큰 가치가 없는 경우에 사용된다. 개발에 소요된 원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접근법은 다른 IP 거래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활용된다. IP 거래 시장이 존재한다면 시장접근법이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다. 2007년 마크 렘리 스탠퍼드대 교수와 특허관리 전문기업인 인털렉추얼벤처스의 공동 창업자인 네이선 미어볼드가 발표한 ‘어떻게 특허 시장을 만들까’라는 논문에서 이들은 현재의 특허 거래가 ‘가려진 시장’에서 이뤄지므로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특허권의 이전이나 라이선싱 계약 조건을 공개하도록 하면 특허 시장이 주식시장처럼 작동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특허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의 기업들은 기술이전이나 라이선싱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를 강제할 수단도 없다. IP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을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술가치평가 기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수익접근법이다. 수익접근법은 IP 시장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IP를 사업화한다는 전제하에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평가대상인 기술의 경제적 수명을 추정하고, 그 사업화를 통해 발생할 미래의 경제적 이익을 할인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 미래에 얻게 될 경제적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야 하므로 현금흐름 추정 기간, 예상되는 현금흐름, 할인율, 해당 기술의 기여도 등을 측정해 가치를 평가한다. 수익접근법에 의한 기술가치평가는 가장 힘들고 정교한 작업이다. 평가 요소 각각에 대해 충분한 데이터에 기반해 타당한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절대적·객관적 평가 어렵지만, 최선의 수단인 IP 가치평가

정말 객관적으로, 절대적인 IP 가치평가가 가능할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솔직한 답이다. 평가업무 종사자들도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다며 넋두리를 한다. 다만 평가 목적과 필요에 따라 가장 적절한 평가 방법을 적용해 최선을 다해 평가할 뿐이다. 수익접근법에 기반한 대표적인 평가모형들에서 각 평가 요소들을 최선을 다해 판단하긴 하지만, 근본을 파고들어 가면 결국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나온다. 한 기술의 가치를 구성하는 평가 요소는 경제적 수명, 매출액, 현금흐름, 할인율, 사업 가치, 기술 기여도 등인데, 이들 각 평가 요소들을 구성하는 세부 평가 요소들이 있다. 그 세부 평가 요소들도 각각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다. IP가 개별적으로 평가되지 않고 다수 IP의 포트폴리오 단위로 평가될 경우, 정확한 판단은 더욱 힘들어진다. 또한 시장의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돼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비상식적인 가치가 부여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대 초 글로벌 IT 공룡들 사이의 IP 전쟁이다. 2011년 3월 병상에 있던 잡스가 아이패드2를 소개하는 애플의 특별행사에 나타나 ‘2011년은 모방자(copycat)의 해가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애플을 모방하며 성장하는 경쟁 기업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애플이 모든 혁신의 창조자였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미국 특허리스크 관리업체 RPX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등록신고서에는 당시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유효한 스마트폰 관련 특허가 25만 건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었다. 특허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특허덤불(patent thicket)’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2011년 6월 시작된 애플·삼성 소송도 2018년 합의로 마무리되기까지 약 7년을 끌면서 9개국 법정에서 IP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시기 IT 업체들로선 IP 전쟁에 대비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가 절실했다. 2011년 캐나다 통신장비 업체 노텔은 약 6000개에 달하는 무선통신, 데이터 네트워킹, 인터넷 등 특허 포트폴리오를 파산경매에 내놓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은 이 특허 포트폴리오 매입에 무려 45억달러(약 5조원)를 지출했다. 해당 특허 포트폴리오가 경쟁 업체나 특허괴물의 손에 들어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투자였다. 인수전의 패배자였던 구글은 2012년 초 125억달러(약 15조원)를 들여 모토롤라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의 상당 부분은 모토롤라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것이었다. 2010년대 초반 과열됐던 스마트폰 업계의 IP 전쟁이 IP 가치를 키운 것이다.

어떤 유형의 가치평가이든 IP의 미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평가하기란 어렵다. 최선을 다해 평가를 마쳤는데 전문가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평가 요소들의 추정치를 적절히 수정해 최종 가치평가 결과를 조정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투자기관이나 은행들이 가치평가 결과를 깊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가치평가의 가치’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IP 금융의 불가결한 요소다. 가치평가가 중소벤처기업들이 개발한 IP의 미래 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할 때 가장 유용한 수단, 혹은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며, 금융을 제공하는 은행이나 투자자에게도 그 IP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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